[10/20] 고대강연 정리 –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가?

2010/10/25
By PPKorea

Copyright for whom?

「누구를 위한 저작권인가?」

스웨덴 해적당 유럽의회 의원 아멜리아 엔더스도터 &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김기창 교수(이하 김) : 바쁘신 와중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 세미나는 제가 지금 강연하고 있는 ‘인터넷 법제문화’ 와 관련한 강연의 일부이고 오늘 ‘아멜리아 엔더스도터’를 모시고 유럽의 인터넷 관련 아이디어 그리고 법에 대해서 말씀을 함께 나누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세미나는 아멜리아씨가 강연을 하는 대신에, 인터뷰 형식으로써 진행을 하고 싶습니다.

김 : 첫 번째 질문으로 언제 그리고 어떻게 스웨덴에서 이 해적당 활동을 시작하게 된건지 여쭙고 싶네요.

A : 정치활동은 10대 초반, 14살에서 15살 즈음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 수학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2006년에 해적당에 가입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활발히 하게 되었죠.

김 : 해적당원 동료들이 안대를 한다거나 모자를 쓰는 등(정말 해적처럼)의 특징적인 행태를 보이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당원들은 매우 젊고 해킹을 하는 등의 기술분야, 법, 정치과학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김 : 정치 분야에서 기술이라는 것을 점점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해적당이 이루고자하는 목표란 무엇인가요?

A : 장기적으로는 기존에 존재하는 규제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을 확보하고, 개인의 자율성이 최대한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김 : 그렇다면, 현 규제체제에서 정보의 흐름이 제한받고 개인의 자율성이 침해 되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구체적으로 이러한 제한이나 침해와 관련한 예시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A : 정보의 접근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저작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작권과 관련한 체제는 정보로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고 그럼으로써 상호간의 소통 그리고 문화적 교류까지도 차단하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터넷 업체나 통신 업체들이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다루는데에 있어서도 좀 더 자세히 논의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김 : 해적당이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저작권 문제이기는 하지만, 다른 전반적인 정부 관련 사안들까지도 넓게 다루고 있기에 오늘 그 사안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우선적으로, 저작권과 관련한 사항을 먼저 화제 삼아 보도록 하죠.

현재 한국에서는 저작권을 지식 창작자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매우 적절한 수단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반면, 해적당은 그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A : 왜냐하면 저작권이 실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이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은 본질적으로 창작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호받는 저작권 소유자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개 예술가나 작가가 아닌 경우가 많죠. 그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주로 대기업 등으로 창작자의 이름을 무기로 삼아 권리를 남용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런 권리 남용을 막고, 또한 원활한 정보 공유를 통해 창작의지를 조금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규제환경이나 시장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저작권 사업에서 규제체제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갈등이 있는데 저에게는 그 답이 굉장히 쉽게 보이는 반면, 다른 체계의 규제체제를 논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결론이 쉽게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김 : 우리는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보통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보상을 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어째서 이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A : 글쎄요, 제 생각에는 저작권이 창작자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 오히려 가장 좋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이미 저작권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산업분야에 의해 많은 부분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창작자 보호목적을 위해 저작권이 주장되었던 것에 반해, 지금에 들어서는 저작권에 근거하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독립 음악, 음반제작자와 같은 모델, 소액 결제 시스템(Micro Payment), 선물경제에 기반한 시스템(Gifty Economy), 그리고 공동 저작권이라는 개념의 등장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겠죠. 즉, 이와 같이 저작권에 기반하지 않은 체제들을 형성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 창조적 산업 성장에 큰 잠재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저작권만을 통해 창작자들이 보상 받을 수 있다는 건 허황된 발상이라는 겁니다.

김 : 그러면 저작권과 관련하여서는 한 가지 질문만 더 하도록 하고 조금 다른 주제로 화제를 바꿔볼까 합니다. 지금 세미나에 참여하신 여러분들께서도 저작권 관련 질문들을 지금 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선, 제 질문입니다. 현재 논의 되고 있는 저작권 외에 창작자들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다른 대안들이 사실, 충분히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안으로서의 수단은 정보 이용자들의 권리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창작자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붙잡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작권외에 다른 대안으로서의 보상 체제에 대해 생각해 보신바가 있습니까? 아,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도 질문 지금 부탁드리겠습니다.

질문자(최봉규) : 「아바타」라는 영화를 아시죠? 이 영화가 흥행을 하고 난 뒤 얼마 안 되어 저작권이 이슈가 되고 ‘해적당’ 이야기가 나오자 인터넷에 “「아바타」 혹은 「아바타」와 같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 영화를 이제 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냐?” 등의 글이 게시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실제 영화 산업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고 또한, 그렇기에 해적당 활동이 장애가 될 수도 있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A : 우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러한 막대한 자본의 헐리우드 영화를 모두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따라서 사람들에게 좀 더 폭 넓은 영화 선택권이 제공 되었다면 아마 다른 영화들 역시 고르게 흥행의 기회를 누렸을 것입니다. 큰 영화 하나가 히트를 했다는 것으로 전반적인 저작권 시스템이라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는 건 결코 타당한 근거일 수 없다는 것이죠.

질문자 : 해적당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했는데 아멜리아씨의 관점 혹은 정당의 관점에서 어떤 대안을 가장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아니면 제시된 대안들의 조합안을 생각하고 계신건가요?

A : 저는 법과 관련하여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하여 특별한 대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 관련 개혁바람이 빠르게 불고 있고 두드러지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 혹은 발전을 저해하는 법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는 것이 현재 저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문자 : ‘Creative Commons(CC, 창작물 자유이용 허가표시제도)’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A : ‘CC’는 사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없죠. 아시다시피 자금의 흐름이 없기 때문에. CC는 단지 라이선스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하면, ‘매그너튬’같은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 : 제 견해로 저작권에 기반하고 있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굉장히 독특하고 심지어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전면적으로 비즈니스에 시장원리가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써 가격이 강제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예로 1달러로 생산 가능한 DVD를 저작권의 이름으로 20달러의 가격으로 강제 부여함으로써 경쟁자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정부의 규제가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상품들의 등장을 저해하기 때문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A : 최근 인프라가 급속도로 개발되면서 이제는 정보의 복제와 빠른 배포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 속에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 하는것은 부적절하다 하겠지요. 더불어 우리가 지금 저작권을 존중해야 한다면, 그 자체로 원래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앞서 하셨던 것과 같은 질문을 정치인에게 물어보신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로 저작권 기반 비즈니스 모델만큼은 제시하지 않을 거예요. 왜냐하면 저작권 기반 모델은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봤을때 유지 불가능하니까요. 냅스터(Napster)의 등장과 함께 저작권은 10년전에 이미 죽었어요. 현재 인위적으로 그를 잠시 살려둔 것 뿐이지요.

김 : 네, 인공호흡기를 잠시 붙여둔 것이라고 할까요?

질문자 : 우선, 처음에 아멜리아씨가 방문하신다고 했을 때, 굉장히 젊은 분이라 놀랐습니다. 2000년대 초, 한국에 저작권 관련법이 제시되자 네티즌들이 거세게 반대 운동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저작권 관련 정책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반대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단체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시민들에게 ‘저작권이란 중요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스웨덴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지금 소속되어 있는 해적당과 같이 저작권 반대에 대한 지지로 정당까지 생성될 정도라고 하니 놀랍습니다. 정당지지의 이유, 저작권 반대에 대해 시민들이 강력하게 지지하는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는 건가요?

A : ‘분노’ 예요. 총 선거가 있기 6주 전 쯤에 ‘파이어럿 베이(Pirate Bay)’ 라는 P2P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3명의 남자에게 실형과 피해 업체에 대한 보상금까지 지불하라는 판결이 선고 되었는데요, 그것이 시민들을 화나게 했고, 아마 정당 지지도를 높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유럽에도 물론 저작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저작권이 초래할 좋지 않은 결과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창작자나 창작의지를 보상하는 측면에 있어 저작권의 악영향을 알고 있다면 입장을 분명 달리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런 옹호론에는 산업계의 로비가 아주 큰 영향력을 가했다 할 수 있죠.

질문자(오병일) : 2005년에 정부에서 다운로드를 규제하는 법안을 제시했을 때, 스웨덴 사람들은 저작권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나요?

A : 대다수 사람들은, 예를 들어 친구가 이 노래가 좋으니 한번 들어봤으면 한다해서 노래 음원을 주고 받는 등의 행동을 할 때 직접적인 법의 제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이해도는 낮았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오병일 : 한국도 마찬가지로, 2000년 초중반에 저작권 관련법이 개정됨에 따라, 사람들이 예전에 자신들이 하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 소란과 분노 등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미니홈피에 업로드 했던 음원들이나 블로그에 포스팅 했던 사진들을 지워야만 했었죠. 비슷한 상황에서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불만을 시민 스스로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할 것인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불만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수렴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인 통로를 잘 건설한 것 같습니다. 해적당의 활동도 그렇고, 해적당 이전에 파이럿 뷰로(Piratebyran) 등을 살펴보면 말이죠. 국내에서도 물론 ‘정보공유연대’ 와 같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만, 이러한 활동이 사람들에게 잘 인지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보공유연대와 같은 단체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동했는지, 정부나 저작권 업체들의 저작권 홍보가 얼마나 강력했는지 등의 문제가 관련되었겠지만, 저작권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불만이나 분노 등이 표출된 결과는 스웨덴과는 상이합니다. 스웨덴에서는 그와 같은 분노들이 ‘저작권은 개인 자유의 침해 혹은 민주주의 훼손이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사람들의 행동을 결정지었던 반면, 한국에서는 자신들의 분노를 합리화할 근거를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정보 공유를 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하는 죄의식을 갖게끔 만드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죠.

김 : 지금부터는 저작권 문제가 아닌 통신(Telecommunication)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동유럽의 경우 첫 번째 요소는 독점상황의 지속입니다.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선택권 폭이 좁아 통신업계들이 고객에 비해 너무 큰 권한을 가지고 있어요. 즉 선택을 위한 경쟁이 없는 가운데 정보의 흐름이 차단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 요소로는 ISP(Internet Service Provider, 인터넷 제공 서비스업자) 업체들이 고객들이 접근하거나 고객들이 업로드하는 정보들에 대해 얼마만큼의 권한을 가질 것인가에 대해 조정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 견해로는 ISP업체는 인터넷을 제공할 뿐, 그에 해당하는 컨텐츠까지 관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 사실 이건 동유럽뿐만 아니라 서유럽까지, 유럽 전역의 문제이기도 하지요. 지금부터는 통신업과 인터넷 산업 이렇게 구분을 하여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신업과 관련하여 현재 한국에는 3개의 통신업체 SKT, LGT, KT 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3개의 통신업체에 대하여 아주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단체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비즈니스 자율성」과 「규제강화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 시행의 제한」 사이에서 과연 적절한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깁니다. 혹시 이에 대한 견해가 있으신지요?

A : 솔직히 말해서, 통신 업체들은 기본적으로 문자와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만약 인터넷까지 제공한다고 한다면 인터넷을 이용해 모든 것에 접근 가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겠지요.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도 전략이지만,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독과점 현상(Ownership Concentration)으로 인해 여러 업체들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제 스웨덴 친구 중 한명이 모바일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유럽 통신업체에 비해 작은 규모인데다가 워낙 독과점 현상이 심해 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어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핸드폰은 스웨덴 밖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이것이 독과점의 폐해의 실사례라고 할 수 있겠죠.

김 : 좀 더 큰 통신업체로 업체 변경을 하시는 게 어때요?

A : 글쎄요. 제가 통신업체를 바꾸는 것보다 시장 자체가 개방적으로 변화하여 소규모 통신업체들도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좀 더 원활한 통신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97년에 스웨덴에서는 이런 독과점 현상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을 개발코자 시도했었으나 통신업체들의 반대로 무산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김 :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사항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영국의 가정용 가스 시장의 경우 가스 공급 인 프라스트럭쳐는 하나이지만 많은 가스(서비스) 회사들이 좀 더 질 좋은 고객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 며 경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멜리아씨의 아이디어도 혹 이와 비슷한지요? 더불어, 보통 통신업체들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송수신 장치와 신호 전달을 위한 체계를 갖추고 그것을 독점적으로 강력하게 관리 하는 것이 추세인데 이것을 공유 하는 것이 고객과 시장에 진입하고자 하는 다양한 경쟁업체들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보십니까?

A : 만약 말씀하시는 바가 기지국 공유라면 이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지국 자체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이 아까 말씀 드렸었던 1997년, ‘루스텁’의 개발 목표였습니다만… 무산되었다고 했었는데요. 이 때, 저작권자들의 영향력이 하나의 무산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저작권 산업 자체에서 이러한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분산기술을 원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좀 더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 : ISP와 관련한 질문은 생략한 채로 한 가지 개인적으로 여쭙고 싶은 것을 마지막 질문으로 삼을까 합니다. 정치인들이나 정부 관료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그들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으시나요?

A : 굉장히 좋은 질문이군요! 우선적으로 그 느낌은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르죠. 유럽의 정치인들은 다들 저작권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즉 다운로드가 합법화되어야 한다는데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좀 더 진지하게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경우, 한국 정부 관료로부터 “저작권이란 경제를 지키는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 라는 말씀을 3번씩이나 들었는데요, 아무래도 상명하달의 공무원들이시다보니 다들 비슷하겠거니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똑같이 하시는 말씀에 정작 그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 분석은 없어요. 굉장히 무비판적이지요. 경제에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가와 같이 심도있는 접근을 해 주셨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 외에도 어떤 유럽의회의 의원들은 “문화는 저작권 없이는 사장될 것이다”라며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김 : 이제 질문의 권한을 여러분께 드리고자 합니다. 언제 아멜리아씨가 다시 한국에 오실 수 있을지 모르니 질문의 시간을 마음껏 즐겨주세요.

질문자 (최봉규) : 한국 소주는 드셔보셨나요?

A : 네, 그럼요. 하지만 소주는 좀 약한 것 같아요.

질문자 (최봉규) : 스웨덴에도 좌,우파가 존재하잖아요, ‘해적당’은 이러한 좌,우파의 색깔을 탈피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실제 좌,우파가 ‘해적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지 듣고 싶습니다.

A : 좌파, 우파 모든 부분에 걸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정당인데다가 저작권에 관련해서는 그러한 파벌과 관계없이 모두 같은 한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문제는 없습니다. 면밀히 말해서 저는 좌파쪽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는데요, 해적당 가입 후 4년이 지나면서 무정부주의쪽으로 성향이 더 많이 기운 것 같습니다. 당원들은 무정부주의를 비롯한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좌,우파의 이념 차이가 해적당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질문자 : 해적당 내부에는 좌,우파가 있지만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사실, 좌파적인 관점에서 소유권 전반에 관한 의식을 거부하지 않는다면 해적당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과정 중에는 한계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여기에서 소유권과 관련한 개념에 대해 급작스러운 의식의 전환 없이도 해적당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해적당이 센세이션하게(돌풍처럼 파격적으로 혹은 짧은 순간에 흥미만을 추구하는) 등장하였기 때문에 미래가 어둡다” 라는 비평을 들은 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저작권, 특허권, 실용신안권, 아니면 영업비밀 이런 개념들은 재산권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오로지 국가가 보호를 해줘야 비로소 효력이 생기는 제도의 가설물들입니다. 그런데 ‘재산권’이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실체가 있는 것인데, 지적재산권은 국가가 보장하는 독점에서 생겨나는 가치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문제는 19세기부터도 지적되어 왔고, “저작권이나 특허제도가 경제나 경쟁에 반하는 그런 제도다” 라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니까 저작권이나 특허제도를 비판하고 그것을 공격하는 것은 차라리 우파 자유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이것이 좌파적인 이념성향을 전제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은 해적당의 ‘센세이셔널리즘’ 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정치인이기 때문에 해적당이 ‘센세이셔널리즘’이나 ‘포퓰리즘’ 에 어느 정도 의존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 학술적으로 탄탄한 주장을, 아주 엄격한 기준으로 제기하기를 원하신다면 정치보다는 시민단체에서 활동 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봐야겠지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해적당의 미래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녹색당’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적어도 10년 정도가 지나서야 그 구조를 확립한 것에 반해 해적당은 훨씬 짧은 4년 만에 지금의 수준에 도달했으니까요. 더 많은 세월이 지나고 나면 좀 더 버젓한 정당의 면모를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문자 : 해적당의 활동방향 혹은 원내에서의 활동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 외에서의 활동에 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예를 들면 독일에서 금융과세연합(ATTAC)이 증권거래소를 점거한 사건을 듣고 가슴이 뛰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예시와 같이 조금은 적극적인 원외 활동들도 하시고 계신가요?

A : 소규모 ISP를 통해 독일에서는 다양하게 문화적으로 자유로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체코에서는 대규모의 테크노 축제를 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카탈루니아에서는 직접민주주의 발전 도모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네덜란드의 경우에는 해킹분야, 시각 예술, 도시 구경과 같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우리 정당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김 : 지금 한국에서는 저작권 이슈를 두고 창조와 경제이익 사이에서의 조율로 인한 앓이를 하고 있는데요, 이런 생각을 뒤엎는 데에 해적당이 굉장히 새로운 국면으로 신선하게 다가와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바쁘신 시간을 내시어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유익한 시간이 되었길 바랍니다. 더불어, 오늘 인터뷰에 참석해주신 아멜리아씨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이 인터뷰를 비롯하여 있었던 한국에서의 모든 일들이 아멜리아씨에게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A : 저도 제가 여기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이러한 자리까지 마련해 주신 것 등 모든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더, 다시 한 번 언급 드리고 싶은 것은 저작권 투쟁은 해적당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뤄낼 수 없기에 모든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과 저작권이 세계를 무너뜨리기 전에 우리가 저작권과의 싸움으로부터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